박수철 작가님은 약 48년 동안 그림을 그리며 1978년부터 화실을 운영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님은 6·25 전쟁 당시 포항에 살던 가족이 피란을 떠나면서 아버지의 고향인 울산 신답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마당의 우물과 장독대, 화단에 피어 있던 작약과 백합, 넓은 벌판의 풍경이 남아 있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중요했던 시절이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웃음이 가득했다고 한다.
이런 시골의 풍경과 정서는 작가님이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었다. 작가님은 그림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도시보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며,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보고 자랐는지가 결국 그 사람의 생각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고 했다.
작가님이 미술을 시작할 당시 포항에는 미술학원이 한 곳뿐이었다. 그곳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은 독학으로 채웠다. 그림을 접하기 쉽지 않았던 환경에서도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 배웠다는 점에서 미술에 대한 작가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형님의 권유로 부산에서 표구를 배우게 되었다. 작가님은 이화당 표구사에서 약 1년 동안 표구를 배우며 오지호 화백을 소개받았고, 이후 매년 두어 차례 광주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오지호 화백의 가르침을 통해 그림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절실한 마음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라는 것을 배웠다.
그때 배운 삶의 태도는 지금의 작가님에게도 이어지고 있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배웠던 것을 오랜 시간 직접 경험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고 계셨다.
그중 산속에 핀 꽃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산속의 꽃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피고 진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제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작가님은 사람도 누군가의 시선에만 매달리기보다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학창 시절에는 청춘이라는 말이 왜 설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단어만으로도 설렌다고 했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지금 자신의 시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고 스스로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렵더라도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공방에는 송도의 솔숲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 있었다. 요즘 그림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여쭤보니 자신과 가장 가까운 것,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작가님의 기억에 남은 것도 작약과 백합, 우물과 장독대처럼 늘 가까이에서 보던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송도의 솔숲처럼 주변에서 마주하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작가님이 보고 살아온 것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박수철 작가님은 지금도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이어가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