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작가님은 박수철 작가님입니다.
박수철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넘어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수철 작가님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태어나셨습니다. 전쟁이 끝난 1953년 무렵은 전쟁의 상처와 평화가 함께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척박하고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었고 서로를 챙기는 인정과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분위기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때 보았던 사람들의 모습과 삶의 풍경이 자신을 예술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작가님이 그림을 시작하던 당시 포항에는 미술학원이 한 곳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았지만, 그림을 꼭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대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배우고, 관련 책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그림을 익혀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화실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시작했고, 2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를 해온 시간까지 생각하면 약 50년 동안 그림과 함께해 오셨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림은 작가님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박수철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결국 자신을 낮추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저 사람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도 잘 버는데 나는 왜 이럴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가장 소중하고 완벽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자리가 비로소 가장 완벽한 자리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인정해줘야만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맡기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죽이지 말아라.”
이 말에는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시간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라는 작가님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박수철 작가님이 그리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려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중 현재 그리고 있는 잡품이 바로 바로 [송도 솔밭]입니다.
[송도 솔밭]은 일제강점기 당시 방풍림의 역할을 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던 곳으로, 오랜 시간 포항의 풍경과 함께해 온 장소입니다.
작가님은 단순히 '숲'이라는 풍경 자체를 그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송도 솔밭의 소나무, 특히 해송(일반 소나무보다 단단하고 굵은 나무)이 가지고 있는 힘과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더라도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힘과 생명, 그리고 오랜 시간의 흔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수철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무엇을 그렸는가'뿐만 아니라 '작가님이 그 대상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려 했는가'를 함께 생각해보면 더욱 감명깊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박수철 작가님은 처음에는 수채화로 그림을 시작하셨습니다.
수채화는 물이 가진 상쾌함과 빠른 표현이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하지만 그림을 계속 그려오면서 작가님이 원하는 표현에는 수채화보다 깊이감과 무게감이 있는 유화가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겹겹이 쌓이는 색과 질감, 그리고 화면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힘을 표현하기 위해 유화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박수철 작가님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그림 속에 어떻게 담기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던 시대의 기억,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림을 배우고자 했던 열정, 20대부터 시작해 약 50년 동안 이어온 작업, 그리고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박수철 작가님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작가님이 그리고 있는 송도 솔밭의 해송은 단순한 나무의 모습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의 힘과 생명력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박수철 작가님의 작품을 보니, 그림의 겉모습만 바라보기보다 ‘이 그림에는 작가님의 어떤 시간이 담겨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