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원도심의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그 안에 자리한 '노영이 공예 갤러리'의 문을 열면 종이와 한지로 빚어낸 작품들이 손님을 맞는다. 이곳을 지키는 노영이 작가님의 시작은 사실 소박했다. 딸과 함께 놀아주려고 집어 든 종이접기였는데, 작가님이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었다. 원래부터 뭔가 새로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그렇게 하나둘 손에 익힌 시간이 쌓여 지금은 불빛 미술 대전 초대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은 인터뷰 중에도 종종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쯤 되면 자기 취미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이 시기엔 빈둥지 증후군이나 정신적인 갱년기가 찾아오기 쉬운데, 공방에 와서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성취감도 느끼고 재미도 느끼고, 편두통이 사라지는 걸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방을 시작한 것도 40대 중반, 그다지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됐고, 누굴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도 딱히 해본 적 없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공예 봉사를 주 1회씩 꼬박꼬박 다니기도 했는데, 봉사도 결국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꿈틀로와의 인연은 3기부터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할 때 나오는 시너지, 그리고 다른 분야를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합류하게 됐다. 함께해온 작가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고, 이 공간 자체에 대한 애정도 크다 보니 지금까지도 꿈틀로에서 즐겁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물으면, 작가님은 '치유'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가볍게 배워볼까 하고 찾아와서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이 풀린다. 작가님도 어느새 상담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실제로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힐링 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울면서 서로 부둥켜안았던 적도 있다. 작가님은 자신이 답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걸 스스로 깨닫게끔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치유의 힘은 어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손끝을 움직이는 활동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영향을 준다. 뇌가 활성화되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작가님은 실제로 산만하고 집중하기 어려워하던 아이가 수업을 거듭할수록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모습을 지켜본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그것이 작가님이 이 일을 오래 이어온 이유 중 하나다.
노영이 공예 갤러리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자격증반과 취미반, 일일 체험까지 폭넓게 열려 있다. 작가님이 가르칠 수 있는 건 한지공예, 한지인형, 종이접기, 클레이, 비즈공예, 냅킨공예 등 열 가지가 넘는다. 공예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도 인터뷰를 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엔 마크라메가 유행했다가 한동안 관심이 뜸해졌는데, 몇 년 전 다시 붐이 일었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인기 있는 건 역시 종이접기와 한지공예다.
딸과 놀아주려고 시작한 종이접기는 그렇게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노영이 작가님은 오늘도 꿈틀로의 공방에서 사람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