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훈 작가님은 기계설비를 전공했지만1982년부터 지금까지 약 45년째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이후 영상 편집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작가님이 소개하신 작품 중 인상 깊었던 것은 필름을 땅에 묻어두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보면 필름의 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를 두고 작가님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함께 그려낸 그림이라 표현했다. 그 말을 들으며 예술가의 시선에서는 그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볼 때 사소한 것 하나라도 감성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똑같은 삶이라도 훨씬 더 재밌는 삶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남긴 조언도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화려한 기법이나 정답을 찾기보다, 관심 있는 대상을 계속, 유심히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정해진 공식이나 규칙보다,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해 자아성찰하는 것이 결국엔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 사진작가로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을 묻자 작가님은 AI든 아니든 결국 중요한 건 개인의 관점이라고 답하셨다. 앞으로 AI에도 개인의 관점이 점점 더 스며들 것이며, 자신만의 강점은 결국 자신만이 알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AI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몫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막연히 AI를 경계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처럼 45년 가까이 사진을 찍어온 시간 동안 작가님에게 남은 것은 화려한 전시 경력이 아니라, 카메라를 든 사람으로서의 태도다. 작가님의 작품 중 "거리의 여자"를 찍은 뒤로 인물 사진을 잘 찍지 않게 된 것도 그래서다. 생계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을 고가의 카메라로 찍었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은 기술이나 장비가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