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작가님은 원래 글을 쓰는 분이다. 그런데 작가님의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글보다 먼저 '자리'가 나온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 작가가 머무는 자리, 책이 놓이는 자리다.
꿈틀로와의 인연은 청포도 다방에서 시작되었다. 청포도 다방은 1950년대 사진작가 박영달 선생님이 지나가는 예술가들을 불러 밥을 먹이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공간을 꿈틀로에 되살렸고, 공간을 맡을 운영자를 뽑았다. 작가님이 그 자리에 들어가셨다. 2019년 봄부터 2년 동안 청포도 다방을 운영하며 문화도시를 이끄는 주축 역할을 하셨다.
포은중앙도서관의 상주작가로도 계셨다. 그곳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들과 만나셨다. 2023년부터는 양덕의 책방 '수북'과 출판사에서 일하고 계신다. 상주작가로 지낸 경험이 좋았기에, 이번에는 책방에서 상주작가를 모시는 쪽이 되셨다. 지금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사업을 준비하고 계신다.
쓰신 책에 대해서도 여쭤보았다. 첫 책은 동화책이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선배가 "포항에서 등단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하며 책을 하나 쓰라고 권한 것이 계기였다. 두 번째 책은 청소년 소설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하셨다고 한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고들 하는데, 작가님도 죽음 이후의 삶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쓰셨고, 다 쓰고 나서야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하신다. 세 번째 책은 시집이다. 일흔 편의 시를 그냥 던지듯 내놓으셨다고 한다.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여쭤보니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김소월의 시집을 받으셨는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마음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하신다. 열세 살에는 심훈의 『상록수』를 읽으셨다. 주인공 채영신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고, 책을 덮으며 남에게 배울 때는 저렇게 배우고, 남을 가르칠 때는 저렇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셨다.
작가님께 좋은 책은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고, 사람을 앞으로 끌어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다. "책은 100년 전에 나온 거라도 내가 처음 본다면 그게 신간이에요." 열세 살의 작가님께 『상록수』가 신간이었듯, 작가님이 꾸려온 다방과 도서관과 책방에서도 누군가는 오래된 책을 처음 펼치고 있을 것이다.